강원도 산악지대의 한 가운데- 치악산 남서쪽으로 백운산의 준수한 봉우리들이 각기 자기의 위풍당당함을 뽐내는 산 속 깊은 곳에 원주제일교회 수련원의 부지가 자리하고 있다. 더없이 맑고 깨끗한 공기와 울창한 숲으로 둘러싸인 이 곳은 그러나 원주 도심에서 자동차로 약 20분 거리 정도 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이라 도시에서의 접근도 상당히 쉬운 편이어서 도심에서의 일탈과 접근의 용이성이라는 양면성을 함께 지니고 있다. 산이 높아 숲 속의 시원함은 두 말 할 나위도 없거니와 계곡이 깊어 계절없이 언제나 귓가에 구르는 계곡의 물소리는 티 없이 맑은 푸른 하늘과 함께 여기를 찾는 신도들에게 현대 도시생활에서 찌들고 막힌 숨통을 트이게 할 수 있는 매력으로 부각되기에 충분한 조건이라 생각된다.
이 곳을 처음 찾았을 때 이미 형질변경을 위하여 많은 자연이 훼손되어 있음에 당황하였다. 많은 건축주들이 그렇게 하듯이 이 곳도 건축가를 찾기 전에 땅을 건드려 정지작업을 해 놓았는데 부지를 평평하게 하는 것이 집을 짓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 너무나 많은 자연이 필요없이 훼손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자연환경을 해치지 않고도 얼마든지 원하는 좋은 집을 지을 수 있고 또 그렇게 지어진 집이 자연과 더 어울릴 수 있는 집이 될 수 있으련만…. 그래서 될 수 있으면 이 수련원이 친환경적인 자세를 취할 수 있도록 배치계획에도 많은 시간을 할애하였다. 이 곳을 지나는 산중도로와 외부에서 될 수 있으면 이 집이 많이 노출되어 보이지 않도록 건축물의 위치와 높이조절을 꾀하였으며 자연과 인간을 최대한 배려하는 집이 될 수 있길 기대하며 계획을 진행하였다.
교회의 수련원은 도심의 교회와는 달라 신에게 귀의하는 순수한 종교적 공간 외에도 수련과정이라는 일정기간동안 단체생활 속에서의 연수형식을 통하여 종교적 교리의 이해는 물론 신도간의 친목과 사회성의 제고를 위한 공간이 준비되어야 하는 것이 일반적인 프로그램 내용이다. 그러나 단기간이긴 하나 단체생활 속에서의 며칠 간의 수련생활은 수련과정의 다양함이나 정규시간 외의 생활 속에서 얻어지는 사회성을 고려한다면 교회에서 준비한 스페이스 프로그램상의 실내공간 외에도 다양한 건축적 외부공간을 필요로 한다. 또한 종교시설의 특성상 예견치 못한 방문객수의 일시적 증가와 신도수의 급격한 증가에 따른 충분한 적응 가능성을 고려한다면 내부 공간과의 밀접한 관계를 맺는 신축성있는 외부공간의 구성이 필연이라 여겼다.
이 곳 수련원의 공간구성은 크게 네 부분으로 나뉘어져 계획되었다. 예배와 세미나를 담당하는 예배부, 친목과 식사를 담당하는 식당, 그리고 침실부분과 관리부분이 그것이다. 이 네 개의 공간들을 효과적으로 엮기 위하여 이 수련원의 주(主) 스파인이라 할 긴 코리더를 설정하였다. 그리고 이 코리더를 중심으로 기능들이 적제 적소에 자기위치를 갖게 함으로써 상호간의 공간적 위계와 질서를 갖게 한다. 두 번째의 개념설정은 중정의 개념을 가진 마당이다. 이 마당은 긴 코리더와 식당부분, 그리고 필로티로 띄워진 침실부로 요위(腰圍)되어 각 부분에서 이 공간을 통하여 다른 공간에서 일어나고 있는 행위를 감지할 수 있다. 이용면에 있어서 이 장소는 독립적으로 사용될 수도 있고 또는 실내 각 부분의 연장선상에서 내부공간 확장의 개념으로 사용할 수도 있다.
대성전을 비롯하여 건축물의 내부의 모든 공간은 자연채광으로 충분히 그 분위기를 가질 수 있도록 창의 형태와 크기를 고려하였으며, 전망 즉 자연에 대한 열림도 절제 속에 다양함을 누릴 수 있도록 창의 위치와 형태를 결정하였다. 이 집에 사용되는 건축재료는 될 수 있으면 집의 구조체로 사용된 콘크리트를 그대로 노출시켜 자연미를 갖게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였고 음향이나 단열상 꼭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 간단하게 석고보드나 합판으로 마감하여 콘크리트와의 텍스츄어적 대비를 꾀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