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스테이 비우다」의 부지는 중문 관광단지 북쪽‘중산간서로’부근에 위치한다. 부지는 해발 148미터지역으로 평균경사가 약 12%인 비교적 완만한 자연경사지이며 남서쪽으로 가파도와 마라도가 보이는 울창한 귤나무 숲으로 구성 되어있다. 대지는 물론 주변에도 나무가 많으며 밭과 밭 사이의 돌담들이 제주특유의 풍경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곳 「제주 스테이 비우다」는 이러한 풍경 속에 자리 잡은 전원의 머무름 공간으로 바쁜 도시생활에 찌든 현대인들에게 잠시 도시를 잊고 떠나와 힘겨운 몸과 마음을 치유하기 위한 공간 제공을 목적으로 계획되었다. 건축주와의 대화를 통하여 건축에 대한 많은 공감대가 형성되었고 그 대화 내용을 바탕으로 건축계획의 방향을 잡아나갔다.
제일 먼저 생각해야 했던 것은 가급적이면 부지가 가지고 있는 제주 특유의 자연스런 전원분위기를 그대로 살려 인공적인 냄새를 가급적 갖지 않게 하는 것과 이곳에 머무는 이들에게 각자가 다른 사람의 방해를 받지 않고 자기만의 독특한 환경 속에서 자유로운 일탈을 꿈꿀 수 있는 개성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일이었다.
「제주 스테이 비우다」의 설계모티브를 생각하던 중 제주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돌담과 귤 창고-이것을 눈 여겨 보게 되었다. 제주도를 삼다도(三多島)라 할 첫 번째 요소인 바람, 이 바람을 견뎌내기 위해 구멍이 숭숭 뚫리도록 엉성하게 쌓은 돌담에서 비움의 지혜와 겸양의 미덕을, 그리고 제주도 귤 농장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귤 창고에서 집으로서의 간결한 건축미를 보았다. 이 두 개의 이미지를 모아 결합하자는 생각이다. 귤 창고를 돌담 쌓듯 엉성하게 쌓아 생긴 숭숭 뚫린 구멍이 제주도 바람의 흐름을 유연하게 해 줌은 물론 자연과의 공간적 소통의 여유와 다양한 외부공간의 존재를 가능하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하였다. 여기에 쌓여질 귤 창고는 될 수 있으면 간결해야 한다.
그리하여 이렇게 숭숭 생긴 공간들은 정형의 호모토피아(homotopia)적 공간이 아니라 비정형의 헤테로토피아(heterotopia)적 공간으로 여기에 머무는 이들에게 편한 마음으로 산책하고 자연과 대화하며 쉴 수 있는 생태적 환경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였으며 개개인의 머무름 공간도 각기 다른 조건에 맞게 다르게 구성됨으로서 각자가 실내와 외부공간에서 각기 다른 경험을 할 수 있도록 개성 있는 공간으로 구성되어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그 공간들의 다름은 인위적 다름이 아니라 무위적 다름의 공간이다. 개개의 실의 공간 환경이 요구하는 대로 욕실에서부터 침실까지 다른 조건이 그대로 반영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다음과 같이 설계를 진행하였다.
첫째로 차를 마시고 자연의 풍경과 소리와 내음을 감상하며 쉴 수 있도록 전면이 펑 뚫린 카페, 둘째로 다양한 방향에 따라 너른 초록빛 귤밭 풍경의 근경과 멀리 펼쳐진 바다의 원경을 동시에 감상할 수 있도록 마련된 다양한 위치 다양한 형태의 마당들- 이 공간들은 어프로치 중심공간으로부터 연결되며 개개의 침실 공간 가까이에 있게 된다.-그리고 마당에서부터 개개의 실로 연결된 각각의 계단과 현관 데크, 셋째로 마음을 치유할 수 있는 침착하고 안정된 한국적 분위기와 각기 다른 고유한 전망을 갖는 개인 공간, 넷째로 자연조건에 따라 수목을 감상하거나 별빛을 바라보며 목욕을 즐길 수 있도록 다르게 준비된 욕실, 다섯째로 환경조건에 따라 각기 다른 방법으로 자연에 노출되어있는 개개인의 테라스 또는 발코니들, 여섯째 숨 막히는 적막 속으로쏟아지는 별과의 대화세계로 들어갈 수 있는 다락침실 등이 그것이다.
이렇게 계획된 공간들은 각기 다른 전망과 개성 있는 외부공간을 가지며 빛을 중시한 디자인으로 구사되고 실현되어 이곳을 찾는 이에게 마음의 편안함과 쾌적함을 동시에 느끼게 해주고 심신의 치유에 보탬이 될 것으로 믿는다.
방 철린
방철린/건축그룹칸종합건축사사무소(주)/Architect Group CAAN/Bang Chulr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