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5'는 하나같이 유명 건축물 하면 독특한 외관의 고층 빌딩부터 떠올리는 통념과 거리가 있다. '워스트 5'는 대부분 서울을 상징하는 대표 명소로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공공 장소들이어서 일반인들로선 선뜻 수긍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는 게 사실이다. 이런 인식차는 건축 전문가들이 건축을 바라보는 관점에서 비롯됐다. 전문가들은 외형으로 튀려 하기보다는 '주변과 조화를 중시하고 땅에 깃든 역사를 반영한 건물'들을 베스트로 꼽았다. 같은 맥락에서 워스트에 꼽힌 건축물들은 "주변의 맥락(context)과 역사를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이 공통적으로 지적됐다.
한강 선유도공원은 조성룡씨가 설계하고 정영선씨가 조경을 맡았다. 과거 정수장 시설을 허물지 않고 살려서 만든 생태공원이다. 수돗물을 담아놓던 정수지의 콘크리트 기둥들을 없애지 않고 담쟁이덩굴을 키우는 석주(石柱)로 재활용했다〈베스트 사진 1〉. "역사적 유산 보존과 활용 가능성을 보여준 수작(秀作)"이라는 평이다. 고(故) 김수근이 지은 검은 벽돌의 구(舊)사옥과 그의 제자 고(故) 장세양이 설계한 유리로 된 신(新)사옥으로 구성된 '공간 사옥' 역시 과거와 현재의 조화라는 면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최문규씨가 설계한 '쌈지길'에 대해선 "완만한 경사를 이룬 길이 건물 꼭대기까지 이어져 규모가 큰 건물인데도 주변 건물들을 짓누르지 않는다"는 의견이 많았다. 민현식·승효상·플로리안 베이겔 등이 공동 작업한 파주출판도시는 "도시를 조성하기 위해 자연을 훼손하는 기존 방식을 깬 사례"로 제시됐다. 승효상씨가 설계한 웰콤시티는 내후성(耐候性) 강판 코르텐으로 된 상자 모양 구조물 4개가 놓인 형태로 "건물 사이 빈 공간으로 도시 풍경이 보이면서 서정적 느낌을 주는 점"이 호평을 받았다.
'워스트'의 경우 "광화문광장과 청계천은 한국을 상징하는 공공 건축물인데 건축가도 없이 단기간에 불도저로 밀어붙이듯 만들었다" "예술의전당은 반포대로 끝을 정면에서 가로막아 막다른 길처럼 보이게 했다" "타워팰리스는 지나치게 과밀하고 폐쇄적인 경관을 연출했다" "종로타워는 외국 건축가(라파엘 비뇰리)가 설계를 맡으면서 화신백화점(박길룡 설계) 자리라는 역사성이 사라졌다" "용산구청 신청사는 형태만 있고 내용은 비어 있는 건물"이라는 지적을 각각 받았다.
●설문 응답자(가나다순)
강철희(홍익대) 강혁(경성대) 김성홍(서울시립대) 김영섭(성균관대) 김인철(아르키움) 김종헌(배재대) 김준성(Hand건축) 김태우(디자인그룹 아리) 민현식(기오헌) 방철린(칸종합건축) 우경국(예공아트스페이스) 유걸(아이아크건축) 이광만(간삼건축) 이상림(공간그룹) 이충기(서울시립대) 임형남(가온건축) 장윤규(운생동) 조남호(솔토건축) 조성룡(조성룡도시건축) 최동규(서인건축) 최문규(연세대) 한만원(HNS건축) 황두진(황두진건축)
조선일보 2011.06.29 기사로 채민기 기자 의 [오늘의 세상] 발췌내용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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