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가 문훈의 드로잉 <내 손 안에 세상을 짓다>. 건축이 생성되기 전, 그 바탕이 되는 사유를 구상화한 작품.
임지택 건축가의 <고질라>. 돌연변이 존재인 고질라가 현대 도시에서 알을 낳아 무한 번식하는 모습을 표현했다.
방철린 건축가의 <허>. 노자의 <도덕경>에 나오는 무위자연의 상태인 ‘허’(虛)가 건축과 도시에서도 중요한 존재임을 나타낸다. 갤러리모아 제공
건축 드로잉전 ‘감각의 본질’ 국내외 건축가 15명 밑그림 선보여
건축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최근 부쩍 높아졌다. 하지만 아름다운 건물, 새롭고 기발한 건물들이 어떻게 탄생하게 되는지 그 과정은 아직 일반인에겐 널리 알려져 있지 않다. 건축가들은 어떻게 건물에 대한 아이디어와 디자인을 뽑아내는 것일까?
그 실마리를 엿볼 수 있는 전시회가 마련됐다. 세계에서 제일 높은 빌딩도, 작고 귀여운 단독주택도 모두 건축가의 손에 들린 펜 하나와 종이 한 장에서 시작된다. 바로 건축 아이디어를 처음 구현하는 밑그림들이다. 건축가가 자유롭게 자기 감각을 단련하며 날것의 아이디어를 구상하는 단계이므로 개성적이고 실험적인 아이디어의 씨앗이 그 속에 담겨 있다. 건축가들의 머릿속을 들여다볼 수 있는 두 전시회를 소개한다. ■ 부적부터 추상화까지? 그 모든 것이 건축 경기도 파주시 헤이리 예술마을 갤러리모아에서 열리는 ‘감각의 본질’전은 국내에선 드문 국제 건축 드로잉전이다. 국내외 건축가 15명의 다양한 건축 드로잉을 한자리에서 훑어볼 수 있다. 김인철·방철린·우경국·최두남·문훈·정수진·구영민씨 등 국내 유명 건축가들과 에릭 리더, 산티아고 포라스 알바레스 등 외국 건축가들이 참여했다. 건축가들이 어떻게 드로잉으로 사물의 형상을 파고들어 해석하고, 자기 철학을 이미지로 만드는지, 그리고 저마다 어떻게 드로잉으로 작업을 하는지 비교해볼 수 있다. 조각 작품의 밑그림과 달리 훨씬 추상적이며, 때론 공상에 가까운 것들까지 있지만 모두 건축가들에겐 중요한 사고의 단초들이다.
건축계의 소문난 그림꾼 문훈 건축가의 마치 부적처럼 보이기도 하는 그로테스크한 드로잉부터, 사물의 본질과 패턴의 근원을 추구하는 방철린 건축가의 추상화 같은 드로잉까지 건축이라는 같은 길을 가면서도 서로 다른 각자의 감각이 극명하게 대비되어 흥미롭다. 3월1일부터 3월30일까지, 월요일은 휴관. (031)949-33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