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름 프랑스를 여행하면서 지중해에 면한 니스에서 동쪽으로 10km정도 떨어진 곳에 에즈(Eze)라 이름 붙은 조그마한 마을을 찾았다.
이 지역은 지중해에 면하면서도 알프스의 끝자락이기도 하여 프랑스의 중부나 서부지역과는 다른, 산과 바다가 어우러지는 자연환경을 가지고 있다. 지중해가 내려다 보이는 산봉우리에 있는 이 마을은 이 지역만의 특유한 건축물로 구성되어 있다.
프랑스의 기후적 특성은 알프스영향으로 인한 내륙지역의 대륙성 기후와 서측 비스케이만의 영향을 받는 해양성기후 그리고 남쪽의 지중해성 기후, 이렇게 세가지가 나타나고 있는데 이곳 지중해지역은 여름에는 건조한 건기이고 겨울에는 다습하며 비가오는 지중해성 기후이면서도 알프스의 고기압영향으로 서부 노르망디지역이나 중부보다 상대적으로 비가 적게 오는 지역으로 분석된다.
비가 적게 오니 자연 타 지역에 비하여 지붕의 경사가 완만하게 집을 짓는게 특징으로 나타난다. 또한 건축자재는 이 지역에서 많이 나오는 화강암 종류의 자연석을 그대로 또는 자연스럽게 다듬어 사용하며, 이 지역에서 나오는 연한 주황색의 흙으로 쌓아 만든 벽체와 역시 이 지역의 연한 주황색 흙으로 빚은 기와를 얹은 지붕으로 구성된 집을 지었다. 이렇게 하여 만들어진 집들이 바로 '남프랑스식'의 건축으로 불리는 것이다. 기후의 특성으로 만들어진 집의 형태 와 건축자재로 인해 집의 모습이 파스텔 톤의 색채와 함께 부드럽고 다정한 모습을 하게 되고 이 지역건축의 특징으로 자리를 잡게 된 것이다.
에즈마을은 대부분 이런 집들로 채워져 있으며 좁은 골목길과 경사로의 돌계단 그리고 지중해가 내려다 보이는 테라스로 구성되어있다. 마을 안에는 가게와 레스트랑 그리고 작은 호텔이 포진하고 있어 외부 관광객이 묶고 싶고 먹고 싶고 사고 싶은 충동을 갖도록 이들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여기의 집들은 '화려함'이나 '새것'이나 '거대함'이나 '비싸보이는 재료' 와는 거리가 멀다. 옛부터 내려오는 그 집의 모습을 표 안나게 보존하는 함으로서 그 멋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을 최고의 미덕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더욱 사랑스럽다. 입구에는 성(城)으로서의 입구가 형성되어 있으며 마을 안에는 절대로 크지도 호화롭지 않은, 그래서 마음이 끌려 가고 싶은 성당도 있다. 사방을 내려다 볼 수 있는 이 마을(산)의 정상부에는 선인장이 가득한 정원이 예쁘게 꾸며져 있었다.-입장료를 받고 있었지만...
이 마을을 돌아보고 내려 오면서 비교가 되는 마을이 생각났다. 이 지중해 해안을 따라 동쪽으로 계속 가다보면 나타나는 이태리의 마을 '베르나짜'나 '마나롤라'가 생각이 난다. 이태리의 이 두 마을이 잘 차려입은 이태리청년 같다면 이곳 에즈마을은 드레스 예쁘게 입은 프랑스처녀 같다고나 할까.... 이태리의 남성성과 프랑스의 여성성이 그대로 엿보이는 것 같은 느낌이다.
사진 글 / 방철린/건축그룹칸 종합건축사사무소(주)/20171108/Architect Group CAAN /Bang Chulr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