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양평과 용문 사이에 원덕역이라 하는 전철역이 있다. 이 역에서 나와 동쪽을 보면 추읍산(趨邑山:582.6미터)이라는 그리 높지 않은 산이 보인다. 일제강점기엔 주읍산(注邑山)으로 불리다 추읍산(趨邑山)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그러나 대동여지도에는 추읍산(趨揖山)으로 되어있었던 걸 볼 때 일제강점기를 지나고 현대에 이르면서 이름과 의미가 바뀐 게 아쉬움을 갖게한다. 대동여지도에 쓰인 한자 ‘趨‘는 달아날 추이고, ’揖’은 읍할 읍으로 손과 함께 머리를 땅에 대고 엎드려하는 인사의 예법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어찌하여 산의 명칭에 추읍(趨揖)이란 단어가 사용되었을까? 추읍산 북쪽에는 이 지역에서 제일 높은 용문산(龍門山, 1,157미터)이 자리하고 있는데 원덕역 앞에서 보이는 추읍산은 북쪽의 용문산 쪽으로 엎드려 절을 하는 모습을 하고 있다. 추읍산의 명칭의미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추읍산은 높은 산 용문산의 뒤를 쫓아 엎드려 인사의 예를 갖추고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예전 봉건사회의 예의범절이 지명에 도입이 된 것이다. 지금의 한자 이름은 별 의미를 가지고 있지 않다. 지금이라도 가급 적이면 추읍산(趨揖山)의 한자를 원래대로 되돌려 놓아 예전 이름의 의미를 되찾았으면 한다. 이런 게 문화 아니겠는가.
예전에 용문산도 백운봉도 그리고 추읍산도 내려다 보이는 경치가 좋아 몇 차례 등산하였지만, 지난 토요일에는 고교동기들과 이곳 추읍산 주변의 물소리길을 트래킹하였다. 이 길은 원덕역에서 출발하여 용문산역까지 7.5km, 추읍산을 감아도는 흑천이라는 내를 따라 난 길이다. 내를 보면서 따라 걷는 이 길의 분위기가 마음의 평안함을 가져다 준다. 냇물은 자갈자갈 소리를 내기도, 명경같이 수목을 반사 시키기도, 물새들의 놀이터 역할로도 다양한 모습으로 변화한다. 사람 손이 간 듯 안 간 듯 인공적이지 않고 자연스러움에 부담이 없다. 쉬고 걸으며 들리던 물소리가 끝날 때 즈음 용문산 역이 가까이에 나타난다.
추읍산 주변 흑천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양평 물소리길(5코스)은 생태보호환경 이라는 면과 인공적 요소가 최소화 된 무위 환경이라는 면에서 많은 사람들을 즐겁게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