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천루
미국이 경제공황기에 깊이 빠져있던 시절인 지난 1931년 뉴욕 맨해턴에 세계에서 제일 높은 건축물이 탄생한다. 건축가 슈립 람하먼이 설계한 이 세계최고의 마천루는 맨해턴의 별명이었던 엠파이어 스테이트가 그대로 건축물의 이름이 된다. 그 만큼 이 건축물은 미국인의 자존심 이며 부의 상징으로 미국인들의 높은 콧대역할을 하였다. 그 후 40년이 흐른 1971년, 417미터의 세계무역센터가 지어지면서 40년간 군림해온 세계최고의 자리가 넘겨진다. 그러나 그 영광도 잠시 1974년 시카고의 시어스타워가 443미터의 위용을 자랑하며 오랫동안 뉴욕에 내주었던 최고의 자리를 되찾는다. 그리고 25년간 최고의 마천루경쟁은 뜸하나 했는데 1999년 이후 초고층의 왕위 권은 아시아지역으로 넘어온다. 콸라룸푸르의 페트로나스 투인타워가, 그리고 5년후에는 타이페이의 파이낸스타워101이 508미터로 영광을 승계한다. 지금 아랍에미레이트에는 160층으로 설계된 새로운 건축물이 한참 공사 중에 있다. 적어도 700미터이상이 될 이 건축은 버즈두바이(Burj Dubai), 머지않아 이 건축물이 마천루 최고의 자리를 갖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요즈음 한국에서도 심심치 않게 초고층 건축이야기가 거론되고 있고 점점 그 횟수가 잦아지고 있다. 남의 이야기로만 들리던 마천루가 우리에게도 자랑거리로 등장 할 날이 머지않았다는 이야기다. 잠실 제2롯데월드가 112층, 555미터로, 마포구 상암동 DMB국제비즈니스센터가 130층,580미터높이로 추진 중이란다. 서울 용산구에도 역세권 프로젝트로 140층,600미터높이의 건축이, 인천 송도신도시에 인천타워가 151층,610미터로 내년 착공시기를 기다리고 있다한다. 부산롯데월드는 510미터 높이로 준비되고 있고, 해운대구 센텀시티내에 들어설 부산월드비즈니스센터(WBCB)가 106층, 488미터로 국제현상설계를 마쳐 안을 결정한 상태다. 그런데 깜짝 놀랄 일은 그들 보다도 훨씬 더 높은-그러니까 지금 지어지고 있는 버즈 두바이 보다도 더욱 더 높아 세계에서 가장 으뜸가는게 서울에 계획되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중구 세운상가 부지의 220층,960미터가 바로 그 것이다. 그러니까 지금까지 우리가 보고 듣던 중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축물이 서울 한 복판에 계획되고 있다는 것이다.
세계 최고의 마천루라면 누구든 호기심을 갖는다. 마천루는 경제 강대국으로서의 표상 으로 역할 뿐 아니라 마천루 자체가 갖는 특유의 상징성 때문에 더욱 더 그러하다. 그런 마천루, 그 것도 세계에서 제일 높은 마천루가 서울 한복판에 생길 것을 생각하면 국민 모두가 좋아서 흥분할 일이다. 그런데 여기서 꼭 짚어보고 지나야 할 것이 있다면 이 마천루가 왜 하필이면 서울중심부인 세운상가 부지에 계획중이냐 하는 점이다. 그 것도 서울의 중심부로 역사성을 뚜렷한 종묘주변에. 이 이야기를 계속하기 위하여 세계의 최고를 구가하는 마천루들이 자리하고 있는 위치는 과연 어디인가 알아보자.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과 911테러때 무너져 내린 무역센터빌딩은 세계의 상업, 금융, 문화의 중심지로서의 마천루 경쟁이 치열한 맨해턴 빌딩 숲속에 자리하여 주위의 건물들과 높이의 경쟁관계에 놓여있다. 씨어스타워 또한 1871년 대화재 이후 다시 건설되는 시카고시의 마천루경쟁의 한 축선상에 이루어진 결과물이다. 이 모두 고층빌딩군 사이에서 그 위용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콰알라룸푸르의 페트로나스 투인타워 가 서있는 곳은 어디일까. 콰알라룸푸르는 그리 역사가 길지 않은 도시이다. 19세기중반 중국에서 건너온 사람들이 켈랑강과 곰바크강이 합류하는 지점에 집단 부락을 만든 것이 이 도시의 시초가 된다. 그 곳이 발달하여 지금도 이 도시의 중심부를 이루고 있다. 페트로나스 투윈타워는 이 중심부로 부터 북동방향으로 직선거리 2킬로미터 이상 떨어진 곳으로 도시 중심부와는 부킷나나스라는 산림보호완충지대로 격리되어 있는 곳이다. 그러니까 도시의 역사는 얼마 되지 않지만 이 도시중심부에는 영향을 주지 않을 만큼의 충분한 이격조건을 갖추고 있는 것이다.
타이페이에 있는 파이낸스타워의 위치는 어떠한가. 이 건축물은 역사도시 타이페이 중심부로부터 5킬로미터 이상 동쪽으로 뚝 떨어진 신개발구역에 위치하고 있다. 탄수이강 동쪽에 발달했던 역사도시 타이페이 중심부에서 충분히 이격되어 있는 곳이다.
지금 세계 최고의 마천루인 버즈 두바이가 들어서고 있는 곳은 두바이 중심부에 있는 두바이 항으로부터 약 9킬로미터 남쪽으로 떨어진 곳으로 이미 개발된 고층빌딩 지역을 남쪽으로 더 내려간 사막개발지역에 위치한다.
대개의 마천루들이 위치한 자리를 살펴보면 마천루들이 모여 높이 경쟁을 하는 곳 또는 도시의 새로운 개발이 필요한 영역이 대부분이다. 역사도시와 관계가 있는 곳이라면 역사도시의 핵심부에서 벗어난 주변에 위치한다. 그런데.... 서울 그것도 역사도시 한 복판에 마천루라 ... 이 것을 문제삼는 것이 무리라 이야기 할 수 있을까.
서울이 역사도시라는 사실은 전혀 새로운 사실이 아니다. 사대문 내에 있는 문화유산들은 보존되어야 한다는 사실 또한 모르는 이가 없다. 그러나 이 역사도시를 어떻게 보존하고 어떻게 가꾸어야 하는 것을 정확하게 아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은 것 같다.
가까운 중국엘 가보면 문화유산을 얼마나 정성을 들여 보호하려 하는가 알 수 있다. 수쪼우 의 졸정원엘 가보면 정원 영역 안에서는 영역내부에 있는 수목과 건축물 그리고 담 이외에 보이는 것은 하늘 뿐이다. 잡다한 주변 건축물이 보이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더구나 정원을 계획할 때 이 정원 서쪽방향 으로 1킬로미터나 떨어진 곳에 있는 북사탑을 정원의 차경요소로 사용하여 이 정원에 있는 나무와 호수사이로 멀리 떨어진 북사탑이 보이도록 설계하였는데 지금도 그 탑이 아무 저해요소 없이 보이도록 관리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조그마한 정원이라 하더라도 그 분위기를 그대로 보존하기 위하여 정원주변은 물론 정원과 1킬로미터나 떨어진 탑사이의 블럭에 대해서 높은 집을 지을 수 없도록 통제하고 있는 것이다. 그 덕분에 졸정원에는 세계방방곡곡에서 많은 관광객이 몰려들고 있고 또 중국인들은 그 것을 긍지로 느끼고 있다.
종로주변에는 여러 문화유산들이 산재해 있다. 특히 마천루가 지어진다는 세운상가 가까이 에 는 종묘는 물론 주변의 동네 그리고 그 동네 속의 골목길에 이르기까지 역사를 안고 있는 많은 문화유산이 존재하고 있다. 그런 문화유산을 우리가 보존하고 후세에 넘겨주어야 하는 것이 우리가 할 일이란 사실이 재론할 여지가 없음에도 이 많은 문화유산들이 문화유산으로서의 대접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망가져 가고만 있는 것은 무슨 연유일까. 종묘주변에 마천루가 생길때 문화유산으로서의 종묘주변이 망가지고 또 생겨날 악 영향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해 본적이 있는가. 마천루를 하나 만드는 시간은 십년이 걸리지만 역사도시 서울을 만드는데는 육백년이 걸렸는데 어느 걸 지키는 것이 더욱 더 값진 것일까. 만일 같은 값어치라고 한다면 과연 공존 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사대문내의 문화유산은 어떻게든 우리가 지켜서 후손들에게 욕먹는 선조가 되어서는 안 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