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노타우로스(Minotauros)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황소얼굴을 가진 반인반수(半人半獸) 미노타우로스는 포세이돈의 저주로 소를 사랑하게 된 크레타의 왕비 파시파에(PasiPhae)에게서 태어났다. 야생성이 강한 그는 크레타의 왕 미노스가 그를 가두기 위해 만든 미궁(迷宮) 라비린토스(Labyrinthos)에서 생활을 하였다.{본인이 크레타를 방문하였을 시 크레타에는 크노소스(Knosos)궁의 페허만 존재하고 있었을 뿐 라비린토스의 실체는 여러가지 설만 존재하였다.} 그리고 수많은 아테네의 소년 소녀들이 크레타에 있는 그의 먹이로 제공 되었다. 그러나 미움과 저주의 주인공이었던 미노타우로스는 미노스와 파시파에 사이의 공주 아리아드네(Ariadne)의 도움을 받은 아테네의 왕자 테세우스(Theseus)에게 결국 죽임을 당하고 만다.
1321년 완성된 단테의 신곡(La Divina Comedia Di Dante Alighieri) 지옥 편에서는 아이러니하게도 이 미노타우로스가 지옥에 떨어진 사자(死者)들의 자리를 정하는 심판관으로 등장한다. 애욕에 빠진 클레오파트라, 아킬레우스, 헬레네, 탐욕의 신 플루톤, 분노의 메듀사, 이단으로 취급당한 이슬람교의 무함마드,예수의 배신자 유다,카이사르의 배신자 브루투스 그리고 루시퍼에 이르기까지 모두 미노타우로스의 심판에 의해 지옥의 자리와 벌의 종류가 정해진다.
단테는 신곡 지옥 편에서 역사 속의 명망있는 학자와 철학가 그리고 그리스 신화 인물들이 죄가 없음에도 세례를 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천국에 가지 못하고 지옥의 맨 위층인 림보에서 머무는 것으로 그렸고 죄를 지은 자들은 미노타우로스의 심판으로 지옥의 지정된 층에서 벌을 받는 것으로 그리고 있는 것이다. 림보에 머무는 자들은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소크라테스,헥토르,카이사르 등 역사 속 주인공으로 거론 되어온 자들이 대부분이었다.
이렇듯 미노아 신화에서 미움의 아이콘이었던 미노타우로스가 단테의 신곡에서 지옥의 심판관으로 둔갑한 것도 흥미있는 일이니거니와 유럽 역사 속에서 중요한 인물로 자리매김하였던 자들이 미노타우로스의 심판을 받는다는 것 또한 그러하다.
요즈음 한국 정치권의 내부가 많이 어지럽다. 대한민국 건국 이래 이런 정의와 상식을 외면한 정치판은 전무후무한 것 같다. 아수라라 해도 틀리지 않는 수준 같다. 지금의 정치인들을 단테의 신곡에 대입 한다면 심판관은 누구이며 누가 어떤 판정으로 어느 위치에 자리를 잡게 될 지 사뭇 궁금하다.
글 : 방철린/칸종합건축사사무소(주)/http://www.mycaan.com/blog/6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