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현식 : 96년도 한국건축가협회상을 받게된것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더욱이 이번 수상하신 작품이 요즈음 가장 말썽 많은 다가구 주택이란 점에서 의의가 깊다고 생각합니다.
방철린: 감사합니다. 처음 이 프로젝트를 설계의뢰 받았을때 사실 고정관념속의 다가구주택 이미 지를 과연 바꾸어 놓을 수 있을까하는 의문으로부터 시작했습니다. 건축주의 도움도 컸구요. 설계의뢰시 필요한기능만 이야기하고 모든것을 믿고 맡겼고 또 제 말을 그대로 따랐습니다
민현식 : 우선 연남동 동네 분위기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해 주시겠습니까?
방철린 : 처음 부지주위를 둘러본 결과 연남동은 인위적으로 개발된 도시의 다른 동네와 다를게 없었습니다. 도로와 택지 이외에는 주거지역으로서의 도시구조라서 특별한 공간구조나 형식도보이질 않았고 이곳에 사는 사람들의 인간존중을 내세울만한 아무런 흔적도, 공동사회를 형성할 수 있는 아무런 장치도 발견되지 않았습니다.이 지역의 개발당시 이시대 우리의 도시주거지역은 무엇으로 충족되어져야 하는가가 미흡하게 다루어진 졸속계획의 결과라 보여집니다.우리의 전통적인 동네는 나름대로 그시대 생활패턴에 맞는 동네구조로 되어 있었는데 이곳은 훨씬 퇴보된 느낌입니다.
민현식 : 공동체에서 필히 가져야 할 도시적 건축적 요소는 무엇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방철린 : 도시의 기본단위는 주거이지요. 개개의 주거가 남과의 커뮤니케이숀 없이 독립적으로 산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입니다. 인간은 어떤방식, 어떤차원으로든 커뮤니티를 이루며 살아가지요. 매일보는 사람과의 교제, 얼굴을 아는사람끼리의 교제 그리고 지적 또는 사회적 무리들과의 교제가 그것입니다.그중 마지막 것이 도시적 스케일에서 이루어 지는것이라 본다면, 두번째는 마을안에서, 그리고 첫번째의 것은 자기주거와 접한 이웃과의 관계를 말한다고 볼수 있겠지요.「연남동 STEP」은 커뮤니티의 기본단위라 볼수있는 세번째 경우로서 여기에 적합한 교제를 위한 장치가 필요로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커뮤니티의 기본단위에서는 조용히 다닐수 있는 산책로, 마당외에도 이웃이 모일수 있는 건축적 장치들이 필요하겠지요. 예를들면 공동세탁장이나 빨래널이터 같은것을 들수 있겠습니다.
민현식: 이 「연남동 STEP」에서는 그것을 어떤 방법으로 실현하고 계십니까?
방철린: 「연남동 STEP」은 90여평의 대지에 200평이 채 안되는 조그만 주거시설이어서 지금의 국내법을 따르다보면 공동체적 요소를위한 공간확보가 사실상 힘든 형편입니다.이 건축물이 기본적으로 필요로하는 실내기능을 제외해놓고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건축요소들을 골라 한곳에 집중시킴으로서 한정된 공간속에서 최대의 효과를 낼수있도록 구상했습니다. 이 건축물이 놓이게될 대지 주변이 갖고있는 도시적 여건이 각주거로의 진입체계와 이웃을 느낄만한 공동체적 요소들을 갖고있지 않음을 감안할때 도시와 주거를 잇는 중간 영역으로서의 건축적 요소가 필수적이라 생각했습니다. 도시에서 주거에로의 급격한 변화를 막아주고 완충역할을 어디에선가 담당해야 되기때문이지요. 도시에 있어야할 가로 또는 산책로를 대지내에서 건축물에 꼭 필요한 계단과 복도를 이용하여 건축적 방법으로 실현하자는 것입니다. 이렇게해서 만들어진 입체화된 산책로는 한지붕에 사는 여러세대들을 묶어줄수 있는 대화의 장으로서의 역할도 하게됩니다.
방철린 : 이곳에 선택된 건축적 요소로는 계단, 브릿지, 복도, 발코니, 선큰가든 그리고 벽체이었고,빛의 도입도 중시하였습니다. 산책로는 지하 1층의 작은마당으로부터 시작됩니다. 이곳에는 내외부의 시선관입을 위해 넓은 창과 조각품이 있는 알코브등이 사용되어졌습니다. 1층에서는 지하층계단과 2, 3층으로 오르는계단 그리고 이부지 뒷쪽 동네와도 연결되도록 하여 집에 드나드는 모든사람이 한곳에서 만나도록 되어있습니다.입체적 산책로는 옥상으로도 연결되어있지요. 옥탑층에 공동세탁장과 빨래널이터를 배치시켜 이웃간의 교제를 좀더 적극화 시켰습니다.
민현식 : 삶이 바뀌면 도시와 건축이 바뀌듯이 후기 산업시대의 주거공동체는 어찌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시며 그 생각들이 「연남동 STEP」에 어떻게 반영되어 있습니까?
방철린 : 오늘날의 고도로 발달된 문명사회는 농경사회나 공업중심사회와는 많은 차이점이 있는것이분명합니다. 매일매일 수없이 쏟아지는 정보와 접해야하고 지적 경쟁에서도 어깨를 나란히 해야되기 때문에 현대인들은 하루하루를 늘 바쁘게 살아가지요. 따라서 지적 공통성이 작을 개연성이 큰 주거의 이웃과의 대화보다는 도시스케일의 지적, 사회적 무리들과의 커뮤니티가 더 우선적으로 이루어 질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그런 이유로해서 이웃과의 커뮤니티가 고려되지 않아도 된다는 이론이 있다면 반대입장에 서고 싶습니다. 왜냐하면 거주인에는 어린이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전 연령층의 남녀가 포함되기 때문이기도 하거니와 이웃과의 대화부족이 결국 개인주의를 만연화시킨다고 보기 때문이지요. 농경사회에서 갖고있던 도시적 요소들 - 마을어귀의 느티나무, 공동우물, 빨래터, 좁은골목길 산책로 - 이런것들의 자리를 대신할 도시적 장치들이 현대도시에도 반듯이 준비되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단일건축물로 구성된 주거공동체 역시 마찬가지라 여겨집니다.「연남동 STEP」은 가까이 있는 대학교를 겨냥하여 계획하였고 이곳에사는 사람들은 대개 타도시 출신의 대학생과 젊은 직장인 일것으로 생각하였습니다. 따라서 공동으로 사용하는 시설과 입체적 산책로는 이들을 쉽게 묶어줄 수 있을것으로 생각하였습니다.
민현식 : 소위 요즘 유행하는 「ONE-ROOM」은 천편일률적으로 Hotel방 형식입니다. 상기 질문과 관련하여 지역이 다르고, 입주 대상자가 다를경우 그 건축형식이 달라져야 한다면 여기서 그것은 어떻게 반영되어 있습니까?
방철린 : 「ONE-ROOM」은 두가지 성격을 갖고있다고 봅니다. 첫째는 「ONE-ROOM」을 찾는 사람들의 무리가 어느정도 한정되어있는 구룹이라는 점에서 특수해적 성격을 띄었다고 보는것이죠. 앞에서도 언급했거니와 대학생과 독신직장인을 상대로 했다는것이 그것입니다. 두번째는 개개인의 개성에 맞게 내부를 사용할수 있어야 되기때문에 일반해적 성격을 갖추어야 된다고 보는것이지요. 얼핏 보기에는 천편일률적인것같이 보일수도 있겠지만 생활에 필요한 기본설비를 콤팩트하게 배치시킨 것외에는 특수해적처리를 하지 않았기때문에 독창적으로 공간을 사용할수 있고 또 그래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예를들면 가변적인 가구의 사용으로 방을 스튜디로도, 거실로도, 또는 단순한 침실로도 사용할수 있으며, 최상층의 경우는 둥근지붕밑에 다락이 있어 개인적인 기호에 따라 이곳을 침실로도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특수해적 성격을 띈 일반해라고나 할까요.
민현식: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다시한번 협회상수상을 축하드리며, 앞으로도 좋은 작품 기대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