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서북부유럽 여행 중 인상 깊었던 곳은 스웨덴 말뫼(Malmö)의 에코마을이었다. 코펜하겐에서 3일간의 여행을 마치고 외레순드(Øresund)해협의 길고 긴 해저터널과 다리를 건너 처음 도착한 곳이 이곳 말뫼의 에코마을이다.
코펜하겐과 마주한 스웨덴 남쪽도시인 말뫼는 인구 23만명의 작은 도시지만 조선산업으로 명성을 갖고 있던 곳인데 조선업계의 쇄락으로 1986년 이 조선소가 문을 닫으면서 세계최대였던 코쿰스 크레인이 2002년도 한국의 울산현대중공업에 단돈 1달러에 팔리며 ‘말뫼의 눈물’로 유명해지기도 했던 곳이다. 시간이 흘러 그 크레인을 샀던 회사지역이 ‘울산의 눈물’로 회자되기도 하지만..
말뫼 시는 물론 국가가 힘을 합하여 도시의 명성을 되찾고자 ‘내일의 도시’ 라는 명제를 걸고 뼈아픈 구조조정과 함께 코펜하겐과의 연육교를 놓고, 지식기반산업도시로의 전환을 목표로 IT, 청정에너지, 바이오와 같은 신성장 동력을 앞세워 성장에 일로매진하였다. 조선소 건물에는 IT, 청정에너지, 바이오 회사가 들어섰고 여기에 늘어나는 인구수용을 위하여 친환경 에코마을을 계획 하게 되었다. 말뫼 서쪽 해안인 베스트라 함넨(vestra hamnen)지역에 ‘내일의 도시’ 라는 명제에 걸 맞는 에너지 자급자족마을을 건설하게 된 것이다.
총괄건축가는 클라스 탐(Clas Tham). '바람에 왜곡된 그리드‘ 라는 주제를 가지고 마을 의 가로체계를 만들었는데 실제로 다녀 보니 마을의 길이 속으로 깊어질수록 좁아지면서 왜곡된 바람같이 이리저리 굽어지며 구석구석까지 바람이 스며들 듯 분위기가 살아있는 게 연출력이 돋보인다.
마을입구엔 산티에고 칼라트라바(Santiago Calatrva)가 설계한 54층짜리 고층건물 터닝토르소(Turning Torso)가 서 있다. 이 도시의 발전을 의미하는 상징이며 랜드마크라는데 원래 칼라트라바 건축을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마을입구에 서 있는 게 왠지 생뚱맞아 보인다. 하지만 이곳에 지하는 마을의 주차장으로 준비되고 마을길은 모두 자전거 타기와 걷기에 좋은 재료로 마감이 되어 있었다.
다 아는 이야기겠지만 유럽은 지금 자전거가 제일 우선이고 그 다음이 사람, 자동차가 최하위라 할 만큼 자전거를 존중한다. 그만큼 자전거 우선으로 도로체계와 교통신호등 표지판이 철저히 되어있고 자전거운행을 하기위한 교육도 철저히 한다. 이곳 역시 보행자도로가 우선이며 자전거도로, 카쉐어링 이런 말들이 교통의 우선단어로 사용된다.
이 도시는 풍력, 태양열, 태양전지, 지열, 쓰레기처리열 등을 이용한 에너지로 냉난방과 전력을 충족시킨다. 음식물쓰레기도 가스로 재생산 되며 빗물조차도 버리지 않고 조경수로 사용한다. 거리의 가로등전원도 태양전지로 켜진다. 버리는 게 없이 모든 게 재활용에너지로 사용되어 그야말로 자급자족의 도시인 셈이다. 건축의 단열재 외장재 등의 선정을 철저히 하여 단열성능과 재활용의 가치를 높인다.
조선소가 있던 자리에는 요트가 정박해있어 풍요로움을 상징하고 있으며 바닷물을 끌어들여 만들었다는 수로 양옆으로는 주거와 뜰이 연이어 있고 이곳에 나무로 만들어진 벤취가 편하게 놓여있어 쾌적한 주거생활의 면모가 보이는 듯 했으며 해변으로는 녹지대 공원 공연장 등이 여가생활을 즐길 수 있게 되어있다.
그런데 이런 시설들은 그냥 만들어진 게 아니다. 주거건축과 공공디자인을 내공 있는 설계자선택부터 완성에 이르기까지 철저하게 완성되도록 관리하여 다른 친환경도시에 비해 품격을 높이도록 한 것이다. 인간적인 친환경건축과는 거리가 먼 우리나라 주거건축 짓기와는 다른 차원의 이야기다. 이 지역개발을 성공적으로 마친 말뫼 시는 베스트라 함넨지역의 주변으로 마을건설을 확장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한다.
말뫼시 시내에서 나의 애마였던 사브의 본사건물을 보았다. 도시쇄락을 막기위해 이 곳에 옮겨 왔다가 회사마저 곤경에 빠지면서 GM에 팔리고나니 사브 마크만 덩그러니 남아 과거의 명성을 회상하게 하고 있었다. 하지만 도시 곳곳엔 부흥의 물결이 휘몰아치고 있다. 새로운 대형쇼핑센터인 훽츠 엠포리아(Facts Emporia) 대형 복합빌딩인 시티 인 더 시티(City in the City)등의 활기 넘치는 건축물들이 친환경건축물로 탄생하면서 도시 전체에 ‘내일의 도시’를 향해 달려가는 분위기가 물씬 풍기고 있었다.
글,사진 방철린/촬영 2016.06.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