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2년 자유로가 신설된다. 이렇게 생각하면 된다.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올라온 부산시민은 강북 강변도로로 달려 평양까지 갈 수 있다는 야그다. 폭 51미터의 자유로를 따라 47킬로 달리면 임진각이다. 가다보면 우측에 상암 월드컵 경기장도 있고 일산도 있다. 당시 열화당의 이기웅사장은 붘시티의 꿈을 안고 1989년 건설추진위원회를 출범시킨 상태였다. 책의 도시라. 아 참 출판업 가난한 거 아시죠.
하지만 국가로서는 이들이 들고 일어나면 방법이 없다. 이들을 홀대하면 나라의 근간이 흔들리니. 세종대왕시절 집현전이 돈 번적 없지만. 국가의 이념이 이들의 손에 달려 있으니. 아니 아무리 나라가 잘 살게 되도 가야할 길을 알아야 가든가 말든가 할 게 아닌가. 얘들아 가자. 아니 선생님 어디로 가자는 거에요. 삼성전자로 갈까. 한번 뿐인 인생을 월급 많이주는데서만 소비해서야 되겠나.
그래 이기웅은 아무도 못 건드린다. 문공부장관에게 대든다. 아니 왜 반도체만 국가산업단지로 지정해 각종 특혜를 주냐. 붘도 국가산업의 기반이다. 정말 반도체만 우대하면 우리 전부 이민 간다. 아예 대한민국을 삼성한테 팔고 삼성민국으로 국호를 바꿔라. 돈버는 이유가 있어야 할 거 아닌가. 우리 전부 이민갈 테니까. 반도체 팔아 영어책 수입해 얘들 가르칠래. 아니면 붘시티를 국가산업단지로 지정해 줄래. 말 되네. 뚜껑 열린다.
자유로를 달려 일산 지나면 바로 우측차선으로 붙자. 우측에 자유로 휴게소가 보이면 우회전이다. 50만평의 붘시티가 펼쳐진다. 파주시. 면적 놀랍게도 서울특별시보다 크다. 인구는 달랑 20만 명이다. 남북으로 갈린 후 국방부가 점령한 관계로 떠 본 적이 없다. 인구수보다 탱크가 더 많은 동네라고 보면 된다. 자유로가 달리면서 큰 문제가 발생한다. 개발은 언제나 그 이상의 휴유증을 남긴다.
이곳 파주시 교하면은 습지였다. 한강과 서해바다가 만나는 영양가 풍부한 갈대밭이었다. 어느 날 갑자기 이 습지를 자유로가 반으로 갈라놓는다. 일산 쪽의 습지에서 놀던 개구리들은 날벼락을 맞는다. 자유로를 넘어 물가로 나갈 수가 없게 된 거다. 대책회의가 열렸다. 개구리들은 자유로를 넘어 물가로 탈출을 감행한다. 뭐 먹을 게 있어야 버티지. 다 차에 깔려 죽는다. 이렇게 생태환경은 파괴되어간다. 개구리는 억울하다. 고소할 수도 없고. 이미 지율스님이 천성산을 살리기 위해 국가를 상대로 도룡이가 고소한 적 있지만 패소. 도룡이나 개구리는 고소인이 될 수 없다니. 굳이 남북간 고속도로가 필요하다면 해결책은 간단하다. 자유로를 고가로 처리하면 된다. 그래야 개구리들이 자유로이 왕래할게 아닌가. 생태브리지라도 만들어 주던가.
그래 50만평은 죽은 생태습지가 된다. 1997년 파주시 교하면 문발리 50만평은 국가산업단지로 지정된다. 우리도 건축시티 하나 만들자. 평당 30만원에 분양한다. 30만원 곱하기 50만평이면 얼마지. 잘 모르겠다. 출판사 500개, 인쇄소 50개가 돈 걷어 50만평 구입한다. 아참 인프라 구축비 평당 50만원은 별도다. 이기웅과 김원은 80년대 후반부터 페이퍼 워크작업에 착수한다. 페이퍼워크 돈 안 되는 거 아시죠.
97년 국가산업단지로 지정되면서 50만평의 코디네이터로 승효상이 나선다. 국방부가 끼어든다. 파주시 시장보다 파주시 사단장이 힘센 거 아시죠. 군부대 관측소에서 한강변으로 간첩이 침투하는지 감시할 수 있게 모든 건축물의 최고높이는 15미터를 넘을 수 없데나 뭐래나. 웃긴다. 21세기 디지털 시대에 어떤 바보가 옷에 물 묻혀가면서 한강변으로 침투하겠나. 홍콩에서 비행기 타고 오면 되지. 그래 철조망 건너 자유로로 넘어 왔다고 치자. 그래봐야 차에 치어 죽을 걸. 다 밥그릇 싸움이다. 암살이 목적이 아니라면 인터넷 시대에 굳이 자유로를 넘어 목숨 걸 일이 있을까.
승효상의 쿼러티를 충족시키지 못하면 예선 탈락이다. 1섹터 장으로 김원이 선정된다. 12섹터 장은 방철린이다. 1섹터는 12필지다. 12필지의 아키텍트는 섹터장이 선정한다. 건축주는 건축가 선정권이 없다. 디자인에도 주인은 관여할 수 없다. 이기웅 사장의 위대한 계약서에 의하면 설계비는 평당 15만원이다. 그리 비싸지는 않군. 공장은 9만원이다. 12섹터는 수년 동안 파리 날린다. 입주하는 업체가 없다. 6섹터에서 2004년 첫 일이 들어온다. 아동출판사 '탄탄스토리하우스다. 이름 그대로 아그들아 탄탄하게 자라거라. 이거다.
위치는 파주시 교하읍 문발리 500평 땅이다. 글이 나오는 동네라 文發里다. 출판단지로서는 명당이다. 출판도시 가운데부분 동쪽으로 끄트머리 땅이다. 심학산과 마주한다. 행운이다. 배우고 찾고 깊게 하는 산이다. 이곳 출판도시의 건물은 무조건 전면 한강을 바라보고 남북으로 길게 앉치는게 헌법이다. 왜냐고 시선을 열리게 하려고. 15미터를 넘을 수 없으니 죄다 4층 이하다. 이런 억압아래 디자인을 승부를 걸어야 된다.
그래 대지와 반듯하게 1.2층 공연장 두고 동측 날개를 15도 몰래 튼다. 외관은 그저 그렇다. 원래 방철린은 얼굴에 별로 관심이 없다. 공간의 흐름을 중시한다. 이거 디게 중요하다. 간장을 담으려고 항아리 만드는거니까. 1,2 층 전면 외장마감인 후동석은 블랙이다. 반대편의 송판무늬 노출콘리트는 회색이다. 3,4층 틀어진 날개 마감은 블랙의 징크다. 아연판이다. 죄다 무채색이지만 곳곳에 천창과 포켓공간이 만들어지면서 형태가 들락날락한다. 하지만 무채색이라 크게 표는 안난다.
현관 들어가 우회전하면 아그들한테 구현동화 읽어주는 공연장이다. 여긴 아날로그가 목표다. 너무 대한민국은 디지탈 홍수다. 좌회전 하면 사무부분이다. 죄다 전면 유리창으로 심학산을 감상하면서 탄성을 지른다. 여기까지는 솔직히 나도 하겠다. 직진해 우측을 바라보는 순간 나 꼬랑지 내렸다. 어린이를 감안한 낮은 계단으로 수십미터에 걸쳐 3층까지 천국으로 가는 골목이 우릴 숙연하게 한다. 4면의 무채색 콘크리트벽과 벽, 색도 없고 향기도 없다. 그저 침묵만 있다. 계단은 좌측에 교묘하게 뚫린 기하학적인 창들로부터 최소한의 빛을 끌어들이면서 이곳은 그가 말하는 무위공간이 된다. 아무 의도도 뜻도 없다. 그저 어딘가로 갈 길이 있다.
자 어린이 여러분 이 복잡한 혼란의 도시에 이런 아즈넉한 순교의 공간도 있습니다. 나 이런 단어 잘 안 쓰지만 이 길에서 옷깃을 여미지 않는다면 그는 천재이거나 바보다. 가만히 앉아 있었다. 너무 힘들다. 난 여기서 다시 욕심을 놨다. 이렇게 대한민국엔 센 사람이 많다. 만화책 전시공간 곳곳에서는 하늘에서 빛이 떨어지고 화장실조차 하늘에서 빛을 끌어 들인다. 옥상도 옥외공연장이 된다. 500평 규모지만 그의 세심한 배려로 공간의 힘은 1천평이 된다. 건축주는 돈 벌었다. 그래 작가를 잘 만나야 된다.
방선생한테 전화가 왔다. 낼 파주 가자. 그래 영업중 택시 몰고 동부 이촌동으로 갔다. 오늘 또 십만원 까지겄군. 30분을 논스톱으로 달리니 왁자찌걸한 파주 북시티다. 별로 기대 안했다. 안 가봤으면 큰일 날 뻔했다. 오는 길에 십만원을 주신다. 입금해라. 그래 회사에 택시 갔다 버리고 점심에 소주잔을 기울였다. 선상님 많이 느셨네요. 뭐라고나. 방선생은 나랑 쥐 띠 동갑이다. 한바퀴. 5학년 후반에 아트 만들기 힘든디. 정신력이 세다. 가봐라. 건축박물관 파주 북시티에. 언제든 개방돼 있다. 좀 직접 느껴라. 인터넷만 뒤지지 말고. 건축은 공간경험이 필요한 분야다. 만날 간장만 인터넷으로 본다고 맛을 알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입금 채워주면 내가 직접 택시로 모시겠다. 이용재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