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간의 여행을 하였다.
첫째 날은 강릉쪽으로 가는 길에 평소에 가고 싶어했던 불교의 성지 오대산(五臺山) 상원사(上院寺)-사자암(獅子庵)-적멸보궁(寂滅寶宮) 코스로 정하였다.
불교신자는 아니지만 오대산 중대 적멸보궁((中臺寂滅寶宮)이 해발1,200미터부근에 있어 깊고 높은 산의 정기도 느끼고 적멸보궁도 볼 수 있는데 해발 850미터인 상원사까지 차량 진입이 가능하여 무리없이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상원사 와 사자암 그리 적멸보궁 은 모두 월정사(月精寺)와 함께 신라 성덕왕때 자장율사(慈藏律師)에 의해 지어진 사찰로 가장 오래된 동종(銅鐘)을 비롯한 많은 불교 보물을 보유하고 있다. 보물로 지정된 적멸보궁을 제외한 상원사와 사자암의 많은 당우(堂宇)와 탑들은 거의 20세기에서21세기에 중창(重創)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배치에 걸맞는 건축물의 자세와 생김에 품위가 느껴지는 좋은 건축물들이었다.
적멸보궁에 오르는 중간에 있는 사자암은 해발 1,100미터부근 급 경사지에 지은 암자로 다른 곳에서 볼 수 없었던 계단식 5층 건축물로 특이한 구성을 하고 있다.
적멸보궁 뒤편 부처사리를 모셨다는 넓지 않은 공간에는 조그마한 석탑이 존재한다.
예전에 안영배 교수는 이런 공간을 승화공간이라 칭하였다.
같은 부처사리를 모신 양산 통도사(梁山 通度寺)의 금강계단(金剛戒壇)이 이에 해당한다.
사자암에서 부터 적멸보궁까지 오르는 동안은 조금 특별한 경험을 하였다.
사자암에 올라 구경을 마치고 적멸보궁으로 향하는데 하늘은 많이 흐렸고 구름 속에서는 바람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는 더욱 우렁차게 변하였다.
내가 서 있는 곳에는 그리 바람이 많이 불지 않았지만 높은 곳에서 바람소리가 심하였다.
상원사에서부터 길 옆에 일정 간격으로 놓여있어 석등인가 생각했던 석물에서는 나즈막하게 염불소리가 흘러나왔다. 그 석물 속에 스피커가 장착되어 있었던 거다.
그 소리는 크지는 않으면서 옆에서 이야기하듯 친근하게 느껴졌다.
갑자기 머리 속에 신곡( La Divina Commedia, 神曲) 속에서 단테(Alighieri Dante)가 베르길리우스(Vergilius)의 안내를 받으며 지옥, 연옥 그리고 천국을 여행하던 장면이 떠올랐다.
여기가 연옥 쯤 될까? 베아트리체(Beatrice)는 볼 수 있을까?
불국정토에서 천국 이야기가 떠오르다니.... 저 염불소리는 무엇일까?
사자암 비로전 앞에서 본 사자상을 타고 온 문수보살이 날 안내하는 소리일까?
그렇다면 베르길리우스 대신 문수보살?
저 높은 하늘의 우렁찬 바람소리는 무엇일까?
극락정토에서 나오는 법신 비로자나불의 호령일까?
적멸보궁에 가면 베아트리체 대신 만날 천사가 기다리고 있을까?
이런 저런 생각이 머리 속에서 맴도는 동안 숨 가쁜 줄도 모르게 어느덧 적멸보궁에 다달았다.
적멸보궁 정면에 달았을 때 나도 모르게 나는 합장을 하고 있었다. 합장이 끝나고 적멸보궁 안을 훔쳐보듯 살며시 들여다 보았다.
웬 보살(菩薩)이 실내를 정리하고 있었다.
베아트리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