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엔들 도가 없겠느냐? 무릇 남의 집안에 저장되어있는 것을 마음껏 알아내는 것이 성(聖)이며, 남보다 앞장서서 들어가는 것이 용(勇)이요, 나중에 나오는 것이 의(義)이다. 그리고 도적질할 물건의 가부를 알아내는 것이 지(知)이며, 골고루 나누는 것이 인(仁)이다. 이 다섯 가지를 못 갖추고서 큰 도적이 된 자는 천하에 없었느니라.”
이 글을 읽으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건축가도 혹시 도적이 아닌가? 땅 위에 집을 구상하고 짓고 하는 것이 땅의 주인이 있으니까 그렇게 하는 것 아니냐 하겠지만 지구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인간들이 자기네들끼리 돈을 주고받고 거래를 한 것일 뿐 지구에게는 아무런 보상을 하지 않은 것 아닌가?
지구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어처구니없이 도적질 당한 것이라 생각을 할 수도 있겠다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도적에게 있는 그 다섯가지의 도(道)가 건축가에게도 적용될 수 있을까 생각해 본다.
성(聖) : 건축물을 설계에 임하기 전에 건축이 들어설 부지뿐만 아니라 주변의 도시의 인문적 환경과 자연의 상황 그리고 국지적 역사를 알아야, 그리고 나아가 지구의 손익 마저도 읽을 수 있어야 이를 다룰 수 있는 능력이 생기는 것이니 파악과 분석이 중요할 터이다.
용(勇) : 선구자적 자세로 지구를 사랑하고 인류를 생각하는가 가 중요할 것이며 환경적 틀에 담겨진 메너리즘적 사고 속에서 공간과 구조를 구현하기보다 새로움과 전통을 수용하여 변화를 추구하는 자세가 필요할 터이다.
의(義) : 구현하려 하였던 목표가 완전히 이루어지고 완성하고자 하는 환경이 완성될 때까지 진행되는 전 과정 속에서 지혜와 정성으로 책임을 다하여 끝까지 돌보아야 할 터이다.
지(知) : 새로운 환경을 만들어내는 창조과정에서의 필수는 영감과 직관이며 세상을 보는 감각적 균형 속에서 크게 작용한다. 따뜻한 감성이 차가운 이성을 만나 조화를 이룰 때 비로소 지구 안에 오래 남고 기억될 수있는 좋은 건축이 탄생 될 터이다.
인(仁) : 완성된 건축환경은 이를 소유하는 자는 물론이거니와 이를 이용하는 자, 이를 보거나 스치고 지나가는 자, 주변에 존재하는 모든 자들 그리고 나아가 도시환경과 지구환경에 골고루 이로움을 주고 마음을 살찌울 수 있어야 할 터이다.
지구에서 활동하는 건축가에게도 이러한 다섯가지의 성인(聖人)의 도가 필요할 것인즉 이를 얻지 못하면 건축가로서의 선(善)을 이룰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