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조의 능이 있는 경기도 광릉은 조선 시대부터 숲을 비교적 잘 보존을 해온 덕에 헐벗은 산이 많던 옛 시절에도 숲이 우거져서 소풍가기 좋은 곳으로 손꼽히던 곳이다. 나무가 많았던 덕에 국가에서 나무 종자를 관리하는 국립수목원이 들어서고 더욱 우량하게 길러진 탐스러운 나무들이 즐비하여 도시 생활에 찌든 도시인들에게 모든 걸 잠깐 내려놓고 몸과 마음을 힐링할 수 있는 좋은 명소로 거듭났다.
숲속을 걷다보니 문득 옛날 나무 없던 벌거숭이 산들의 모습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6.25전쟁 후까지도 모든 산들의 나무는 너나 할 것 없이 베어다가 아궁에 넣고 밥을 하고 집을 따뜻하게 하는 땔감으로 사용되었다. 1960년대 전후로 19개 구멍이 난 연탄이 공급되면서부터 도시는 나무를 땔감으로 사용하는 것이 줄어들었지만 도시를 벗어난 지역은 그대로 나무 땔감을 벗어날 수 없었고 여전히 산은 벌거숭이를 면할 수가 없었다. 1960년대 5.16 군사혁명이 나고부터 새로운 운동이 일어났다. 덤불 이외의 나무를 점차 땔감으로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것과 동시에 전 국토에 벌거숭이 산을 없애자는 사방사업이 벌어진 것이다. 범국민 운동으로 매년 4월이면 전 국민이 산에 가서 나무를 심었었다. 특히 공무원과 학생들은 물론 조그만 단체들도 모두 삽과 곡괭이를 들고 산으로 산으로 나무를 심으러 갔고 정성스레 한그루 한그루 나무를 심었다. 그뿐이 아니었다. 나무를 심어놓으니 송충이가 득실거리는데 나라가 가난하다 보니 다른 구제방도가 없이 전 국민이 나무젓가락을 들고 일일이 송충이를 잡아야 했다. 수업을 빼먹어가며 매년 그 짓을 했다. 그 덕에 60년이 지난 지금 모든 산은 울창한 숲으로 뒤덮였고 벌거숭이 산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세상이 되었다.
생각해 보면 지금 보고 있는 모든 산은 우리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너 나 할 것 없이 정성을 들여 스스로 만들어 놓은 산이고 숲이다. 그래서 더욱 값진 산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때 그 시절 그렇게 극성스럽게 나무를 심고 관리하지 않았다면 우리나라의 산들이 지금과 같은 울창한 숲을 이룰 수 있었을까?
글 사진/방철린/칸종합건축사사무소(주)/Bang,Chulrin/Architect Group CAAN/20190615